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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5150 Column 09 : Ctrl C + Ctrl V = Big Beat?
2013/05/07


 

 

 

   - Ctrl C + Ctrl V = Big Beat? 
여기 한 장의 그림이 있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는 모나리자의 카피 본이다. 한 남자가 이 그림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여 자신의 캔버스에 옮겨 붙이는 작업을 한다. 뭔가 조금 우스꽝스럽기도하고 기괴하기도 하지만 묘한 그림으로 완성되어간다. 어라! 가만 보니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과 닮아있다. 분명 모나리자에서 모든걸 가져왔는데 좀처럼 모나리자를 찾기 힘들다. 원본을 카피, 택스쳐로 활용하여 재해석과 왜곡을 거쳐 다시 배치해 복사한다. 일렉트로니카 초창기 부흥을 이끈 Big Beat가 바로 이런 음악이다.

 



 

   1. Sampling 

녹음기술의 발달로 특정소리를 녹음한 것을 메모리에 저장하여 건반악기의 노트에 할당하는 샘플러의 탄생과 함께 본격적인 샘플링의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단순한 기술이지만 이것은 기존의 악기에 대한 관념을 조차 악기에 할당하여 연주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제일 먼저 이 기술이 보편적으로 활용된 것은 드럼 사운드를 샘플링하는 것이었다. 이미 녹음된 드럼 플레이즈를 쪼개어 각각의 드럼사운드 즉 킥, 하이햇, 스네어, 탐탐, 심벌즈 등의 소리를 나누어 자기가 원하는 연주로 재배치하기가 매우 쉬워졌고, 나아가 여러 음반에서 수집한 각각 다른 곳의 샘플로 자신만의 드럼세트를 구성할 수도 있게 되었다.

 

최근엔 특정 어쿠스틱 악기의 거의 모든 소리, 그러니까 예를들어 고가의 Steinway Grand Piano의 전 건반을 약한 소리부터 강한 소리 긴소리와 짧은 소리 모든 페달을 이용한 소리는 물론 해머나 스트링의 노이즈까지 세밀하게 샘플링하여 실제 그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처럼 정밀하게 재배치시킨 악기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샘플들은 악기 하나 당 샘플된 용량이 몇 십 기가바이트를 넘기도 한다. 심지어 악기 하나가 아니라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을 샘플링하여 악기화 시킨 것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원래 악기를 샘플링하여 가상 악기로 이용되도록 하는 기술과 함께 나무가 부딪히거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기계톱 소리 심지어 피아노가 불타는 소리 등을 샘플링하여 이것들을 섞고 왜곡하여 기존에 없던 전혀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는 악기가 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들 또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재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Copy 

1997년 퍼프 대디가 발표하여 11주간 빌보드 싱글 1위를 기록한 'I'll Be Missing You'를 기억하는가? 이 곡은 1983년 발표하여 시대의 명곡이 된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의 기타 리프를 샘플링하여 그 위에 새로운 멜로디와 Notorious B.I.G를 추모하는 가사를 입혀 당대 최고의 히트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 곡을 처음 들었을때 이 곡이 히트하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한 마음이 들었다. 이건 뭐 단순히 원곡을 반주 삼아 다른 가사로 노래하는 번안곡 수준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른 곡의 특정부분을 가져다 쓰는 샘플링 기법은 자주 표절 논란이 일곤 한다. 창조성의 부재로 다른 이의 창조물을 훔쳐 쓰는 도둑질과 같다는 논란이 항상 뒤따라 다녔다.

 

국내 가요 중에 이런 샘플링으로 성공한 가장 대표적 사례는 '싸이'의 '챔피언'을 들 수 있다. 이 곡은 80년대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에디 머피 주연의 '비버리힐즈 캅'의 OST로 쓰였던 'Harold Faltermeyer'의 'Axel F'라는 곡의 테마를 반주로 쓰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전세계 누구나 아는 멜로디이다. 이 같이 어떤 곡의 일부를 사용하여 새 곡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사용된 샘플이 원곡의 주 테마일 경우 이런 도둑질 논란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어떤 곡의 가장 큰 특징을 통째로 가져올 경우, 단 한 소절의 반복구절이라 할지라도 그 곡의 거의 모든 것을 가져다가 쓴 것과 다름없다. 표절이냐 아니냐의 논란은 작곡자가 수집한 샘플을 얼마나 창조적으로 활용하였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샘플이 자신의 곡에 소재로 활용되어야지 그걸 가져다가 주재로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하튼 이런 기술들을 이용하여 90년대 레이브씬을 부흥시킨 Big Beat가 탄생하게 된다. 다른 곡의 프레이즈들을 가져다 쓰면서도 웬만해선 어떤 곡에서 가져왔는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난도질하며, 곡에 구성된 요소의 반 이상이 이렇게 다른 음반에서 긁어온 샘플들로 되어 있고 한 곡에 사용된 곡만 수십 곡이 넘으면서도 자신의 색깔로 만들어내는 Big Beat는 새로운 음악의 혁명이었다.

 

 

   3. Big Beat 

9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일렉트로닉 열풍이 불었다. 80년대 신스팝의 득세 이후 전자음악은 실험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난해해진 음악은 점점 대중과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실험을 통하여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장르들이 탄생하게 된다. 90년대 레이브 문화와 함께 전자음악들은 댄스음악의 주축을 이루는 장르가 되었고, 그 필두에 Prodigy, Chemical Brothers, Fatboy Slim, Crystal Method와 같은 Big Beat 계열의 뮤지션들이 있었다. 아마 국내의 일렉트로닉 매니아 중에서도 이들의 음악으로 입문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Big Beat의 특징중에 샘플링을 이용한다는 점 외에도 강한 록비트에 애시드한 신스 사운드를 결합한 점 때문에 기존에 록음악 매니아들이 이런 뮤지션에게 매료되었던 것 같다. Big Beat는 때로 Break Beat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것은 장르의 이름이기보다는 대부분 댄스음악의 쿵쿵쿵쿵 4박자의 원 비트와 대조되는 개념으로써 록음악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끊어지는 비트라는 뜻에서 이렇게 불리는 듯하다.

 


 

 

이런 Big Beat의 록적인 성향으로 인해 이들은 일렉트로닉 음악 중에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특히 Prodigy가 마돈나의 레이블과 계약하여 발매한 'The Fat of the Land'는 당시 큰 성공을 거두며 80년대 브리티쉬 인베이젼을 뒤이은 일렉트로니카 인베이젼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일렉트로니카 역사에 획을 그은 앨범이 되었다. 이들이 샘플링한 비트들은 주로 60~70년대의 재즈나 펑크, 록 음악을 사용했으며 80년대의 힙합과 랩 음악에서 샘플링한 보이스를 사용했다. Prodigy의 경우 레드 제플린이나 너바나,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의 기타 사운드를 뽑아 썼고, 팻 보이 슬림은 소울, 펑크, 테크노, 애시드 하우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TV 광고나 초창기 디즈니 만화의 사운드까지 폭넓은 샘플들을 활용했다. 팻 보이 슬림의 히트 앨범인 'Praise You'의 앨범 커버에 나오는 빽빽하게 수납된 레코드 장의 사진은 다름 아닌 그의 집이자 작업실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샘플링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뮤지션 중에 하나인 팻 보이 슬림의 작업실은 신디사이저 등의 악기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로지 컴퓨터와 빼곡한 LP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만큼 그는 방대한 라이브러리에서 다양한 장르의 샘플들을 직접 채취해서 그만의 재치 있는 믹스로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샘플링을 도대체 어떻게 난도질하는 것인지 그걸 어떻게 왜곡하고 비틀어서 자신의 소스로 활용하는지는 글로써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동영상의 링크를 적어 놓는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천재적인 이 젊은 친구는 Prodigy를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그들이 사용한 샘플을 찾아내어 그 제작방법을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멜로디는 다 나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을 음악의 끝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존에 발표된 음악들을 재료로 얼마든지 다른 음악이 창조될 수 있음을 Big Beat는 입증했다. 인간의 호기심과 창조력은 끝이 없다는걸, 기존의 틀을 벗어나면 얼마든지 새로운 길은 열려있음을 보여주었다. Big Beat가 정점일때 샘플링에 대한 논란도 정점이었으며 그로 인해 이 음악의 쇠퇴가 시작되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이 제시한 가능성이 지금은 보편적인 테크닉이 되어 여러 음악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가 악기가 되고 이 세상의 모든 기술이 아이디어가 되어 인간의 호기심과 만난다면 단순히 12음계의 한계를 벗어난 무한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Ctrl C + Ctrl V 도 창의적으로 한다면 그 속에서 Art가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SiiZ MAGAZINE 8호 (2011.06)에 실렸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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